벽돌 속 무수한 구멍 안에 입힌
전도성 고분자 물질이 전기 저장
미 연구진 “에너지 밀도 높일 것”
전도성 고분자 물질을 넣어 전기를 저장하는 벽돌. 미국 워싱턴대 제공
집의 외벽을 짓는 데 쓰는 벽돌에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지난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붉은 벽돌에 전기를 저장하는 신기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의 핵심은 평범한 벽돌에 수없이 뚫린 작은 구멍 안에 전도성 고분자 물질, 즉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입힌 것이다. 스펀지를 바짝 말린 뒤 물을 부으면 작은 구멍 사이사이로 물이 꽉 들어차는 것처럼 벽돌에 수없이 뚫린 미세한 구멍에 전도성 고분자 물질을 발라 전기 저장소로 삼았다. 붉은 벽돌에 함유된 금속 산화철 성분도 전기 저장능력을 높였다. 이런 벽돌로 집을 짓게 되면 벽 자체가 거대한 배터리가 되는 셈이다.
과학계에선 이번 연구가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확산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광은 일정한 세기나 주기로 발생하지 않아 이왕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야 하는데, 이번 기술을 발전시키면 별도 공간이나 비용을 들여 배터리를 마련하지 않고도 전기를 손쉽게 모아둘 수 있다. 연구진은 전기 저장용 벽돌이 충전과 방전을 1만 번 반복해도 성능이 90% 유지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는 아직 초보 단계이다. 전기 저장용 벽돌의 에너지 밀도는 현재 널리 쓰는 리튬이온배터리의 1% 수준이다. 같은 중량의 리튬이온배터리가 저장하는 전기의 100분의 1밖에 못 담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연구진이 시험 제작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벽돌은 작은 LED 전구를 밝히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에너지 밀도를 금속산화물 등을 추가로 섞어 10배 증가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대등한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워싱턴대의 줄리오 디아르시 박사는 가디언을 통해 “에너지 밀도 증가가 현실화한다면 앞으로 ‘리튬이온배터리’란 말을 다시 듣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August 17, 2020 at 07:3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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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배터리 다음은 '벽돌 배터리'?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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